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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지? 명의는 자신의 앞을 뽈뽈뽈 지나가는 작은 생쥐 한 마리의 뒷목을 잡아 올렸다. 작고 귀여운 생쥐는 그에게 잡힐 것을 예상치 못했는지, 버둥대며 필사적으로 그에게서 벗어나려 시도했다. 명의는 그러한 작은 반항을 피우고 있는 생쥐를 자신의 눈높이로 끌어올려, 한 쌍의 작은 눈동자와 눈을 맞추었다. 작은 생쥐는 그의 깊은 심해 같은 눈동자와 마주치자마자 온 몸이 딱딱하게 굳어 더 이상 반항을 하려 하지 않았다. 명의는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인지 곰곰이 생각했다. 원래 상천정에는 이와 같은 작은 생물이 살수 없는 곳이었다. 아니, 애초에 이곳은 신관들을 제외한다면 기타 생명체들은 들어올 수조차 없는 곳이다. 한마디로, 이 생쥐는 이곳에 존재해서는 안 되며, 애초에 존재할 수 없는 것임이 분명했다. 그러므로… 정답은 단 하나였다. 이 지사전에 들어올 수 있으면서, 그에게 이리 비슷한 장난을 칠 수 있는 사람이, 이 상천정에 몇이나 되겠는 가? 명의는 이내 답을 추론해 낸 듯, 딱딱하게 굳은 생쥐를 바라보며, 그가 아는 익숙한 이름을 작게 읊조렸다.

  “…사청현.”

  “…”

  생쥐는 거짓말처럼 버둥거리는 것을 멈추었다. 명의는 일순 눈동자가 심히 흔들리면서, 회피적인 웃음을 짓는 바람을 닮은 누군가를 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

 

  그러니까. 이 상황을 사청현의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아주 정말 제대로, 망한 일이였다! 사청현은 그와 동시에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말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자신이 이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 이유조차 모르겠거니와, 동시에 상황을 적절히 타개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그가 아무리 몇백 년 동안 지사대인인 명의와 친한 친분을 쌓고 지냈다고 해도, 자신이 이와 같이 몰래 그의 지사전에 침입한 적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사청현의 머릿속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순백색 백짓장처럼 변했다.

  ‘망했다.’

  정말, 진심으로. 정말 이 말 한마디가 사청현, 그의 심정을 정말 잘 나타내 주고 있었다.

*

  대체 무슨 연유로 그들은 이러한 상황까지 치닫게 된 것일까? 이 일은, 경자년을 맞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들이 잠시 인간계로 내려갔을 때 일어났던 일이다. 그들이 인간계의 땅을 밟았을 때에는, 온 산군과 마을은 전날에 내린 함박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 광경은 가히, 절경이라고 칭해도 될 정도였다. 사청현은 그것을 보자마자 마치 어린 아이 마냥 눈을 차기도 하고 누워서 뒹굴기도 하며 놀았다. 그리고 그 덕분에 사청현의 옷에는 잔뜩 눈을 묻었고 금방 온기에 녹아내려 상당히 축축해진 상태였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기만 하려던 명의의 의도와는 다르게, 그조차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상태였다. 그 이유는 사청현은 원래도 혼자 노는 법이 거의 없어, 항상 명의를 끌어 들이곤 했는데 평소엔 잘 응해주지 않던 그가 오늘은 유일하게 그의 제안에 낚여들었기 때문이었다.

  사청현은 그에게 눈뭉치를 던지며 신나게 웃어댔고, 평소라면 질색한단 표정을 지을 명의는, 그날따라 오기가 생겨 그에게 맞장구를 쳐주어 눈덩이를 던졌다. 그런 연유 때문에, 그들의 옷은 자연스레 주고받은 눈덩이로 인해 축축하게 젖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연스레 옷도 말릴 겸 몸을 녹일 주류를 찾아 마을 아래로 내려왔다.

  그날은 유독 거리에 사람이 붐볐는데, 새해를 즐기는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아이들은 길거리를 노니며 뛰어다녔고, 부모는 그 아이들을 말리며 어쩔 수 없다며 웃어넘겼다. 또한 사이사이로 보이는 인가엔 새 춘련(春聯)들이 붙어 있었고, 길거리의 상인들은 만두 같은 음식 등을 팔며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다. 새해의 아주 흔한 풍경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연스레 그 사이에 섞여 들어 조잘조잘 이야기를 하며-물론 사청현만 떠들어댔으며, 명의는 그의 곁에서 하나의 추임새도 없이 듣기만 했다- 이 근방의 제일 가까운 주류로 걸어가고 있었다.

  “명형, 그래서 저번에 그 신관이 나보고…”

  “…”

  “명형! 듣고 있어?”

  보통 그들의 대화는 사청현이 주축으로 이끌었으며 명의는 그 이야기를 조용히 듣는 편에 속했다. 그랬기에 사청현은 가끔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다 생각할 때 그를 돌아보며 듣고 있느냐, 라며 물어보기 일쑤였다. 그리고 그때의 상황도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단 한 가지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명형, 어디보는거야?”

  명의는 그가 말을 거는 것조차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다. 사청현은 이내 그의 시선을 따라 그 끝이 닿는 곳을 바라보았는데, 그 끝에는 어느 한 여인이 음식점 안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이었다. 그 여성은 흑요석을 닮은 아름다운 머리를 길게 늘어트리고 있었고, 긴 속눈썹 아래로 어여쁜 눈을 깜빡거리고 있었다. 또한 얼굴은 꽤나 예쁘장한 편에 속하였는데, 화려히 꾸미지 않아 수수한 미녀라는 인상이 강했다.

  아니, 그러니까. 지금… 명형이 여자를 보고 있다는 소리잖아?! 우리 형, 내가 여상일 때는 관심도 없더니?! 사청현은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아마 명의가 입을 떡 벌린 채 놀란 표정을 짓는 그를 본다면 미간을 잔뜩 찌푸릴 것이 분명했지만,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무려 그 지사대인인 그가 여성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일종의 호감을 느낀다는 표시가 아니었을까? 혹은 첫눈에 반한 다던가?! 사청현은 정말 당혹스러웠다. 상천정의 유명한 그 장군이라면 또 모를까, 동자공을 수련하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 정도로 돌부처 같던 그가 여성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그리고 이내 경악스런 표정을 지은 채 굳어버린 사청현을 발견한 명의는, 그에게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말했다.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지?”

  “아… 아아아아? 아아아무것도 아니야, 명형! 어휴, 왜 이렇게 갑자기 추울까 빨리 가자!”

  사청현은 신뢰성이 없는 말을 내뱉으며, 다급하게 그의 팔을 잡아 이끌며 발걸음을 빨리 놀리기 시작했다. 절대로 명형이 여자한테 관심 보여서 놀랐다고는 말 못해! 그는 어째선지 못 볼 것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그리고 그날 이후, 명의는 어째선지 그의 지사전에 틀어박혀 도통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사청현조차도 몰랐는데, 그도 마찬가지로 몇 일째 지사전 안으로 한발자국도 내딛을 수 없었기 때문 이었다! 명의는 그의 가장 친한 친구-사청현만 그렇게 생각했다.-한테 까지도 지사전 출입을 금했고, 그로 인해 사청현은 그날을 마지막으로 일주일 넘도록 그를 마주치지 못했다. 대체 그가 그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그 아래 신관들조차 알지 못했고, 그저 안에서 중요한 일을 하고 계신다-,라는 정보까지만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골머리를 앓던 사청현은 정답을 알만한 그의 친구에게 통령을 걸어보기로 했다.

  “태자 전하.”

  “풍사대인? 대인, 무슨 일이 생기셨어요?”

  바로 삼계의 웃음거리라 불리는 그, 사련이었다. 그는 상당히 당황스런 목소리를 내며 무슨 일이냐 물었고, 그는 그 여성에 관한 것만 제외하고 그에게 모든 일을 털어 놓았다. 사련은 상당히 당황스러운 듯 그 모든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러니까… 지사대인께서 지사전 안에서 안 나오고 계시다는 거죠? 그리고 그 안에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신지는 대인께서도 모르시는 거고요.”

  “맞아요, 명형이 대체 안에서 뭘 하는지 모르겠다니까요. 태자 전하, 혹시 좋은 방법 없을까요?”

  “글쎄요…, 쥐구멍에 숨어 훔쳐볼 수도 없고….”

쥐구멍, 그 단어에 사청현은 눈빛을 반짝였다.

  “전하, 지금 쥐구멍이라고 하셨나요?”

  “네? 하지만, 그런데 쥐구멍 같은 게 지사전에 있을 리가….”

  “감사해요, 전하!”

  “네, 네? 풍사대인??”

  그 순간 사청현은 통령을 끊으며 사련이 말했던 쥐구멍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쥐구멍이라… 물론 지사전에 그런 것은 없겠지만 자신이 그런 것에 반할 사람이었나? 사청현의 주위로 바람을 닮은 그의 법력이 휘몰아쳤다. 그리고 그가 비로소 사람의 형상을 감추었을 때에는 아주 조그맣고, 검은색의 털을 가진 쥐가 그 자리에 놓여있었다.

*

 

  “…그러니까. 내가 그 자를 빤히 쳐다본 후에, 전혀 전에서 나가지 않으니까. 나를 의심해서 이렇게 들어왔다고?”

  “의심이라니! 난 명형을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어!”

  그럼 지금 이 상황은 어떻게 된 건데, 명의는 그의 자초지종을 듣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마에 내 천자를 새기고 있었는데, 사청현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이마 위로 새겨진 주름은 더욱 깊게 파여 그의 마음이 굉장히 좋지 않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사청현은 목덜미가 서늘하게 식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자신의 잘못이 맞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이렇게까지 설교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원인 제공은 그가 했는데 말이다! 사청현은 입술을 대발 내밀며 툴툴거렸다.

  하, 명의는 명의 나름대로 어이가 없는 이야기였다. 자신이 그 여성을 빤히 쳐다봤다고 이렇게 자신의 전까지 숨어들 일이었나? 머리에 지끈지끈한 두통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는 이내 자리에서 기립해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

  “명형? 명형?? 어디 가?”

  사청현은 여러 번 그가 짜증 내는 것을 본 적은 있어도 지금과 같이 자리를 떠버리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도 무관했다. 형, 지금 화났다고 그냥 가버리는 거야? 진짜? 정말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어이없는 기분을 느끼고 있을 즈음, 명의는 무언가가 담긴 두 그릇을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가 내려놓은 그릇 안에는….

  “…? 이게 뭐야?”

  “동쪽 작은 나라에서 춘절에 먹는 음식.”

  “아니 그러니까.”

  이건 갑자기 왜? 사청현은 어이없이 그를 올려다보았다. 명의는 그런 어이없는 시선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 스치는 가정 한 가지가 있었다. 정말 그가 그날 여성을 보지 않았고, 그곳이 음식점이었던 것을 감안을 한다면… 그가 보고 있던 것은 이 음식일 가능성이 제일 컸다!

  “그러니까…. 명형이 본 건 이 음식이었고 이걸 만들려고 지금까지 지사전에 있었다는 거야?”

  “…”

  “그런 거였어?”

  사청현은 자기가 했던 오해가 정말 어이없었음을 깨달았다. 그래! 우리 형, 여자한테 관심이 있을 리가 없지! 그는 안심한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 모습을 본 명의의 미간에 새겨진 내 천자에 한 획이 추가되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채.

  “그래서, 안 먹을 거야?”

그가 먹지 않겠다,라고 말한다면 당장이라도 그릇을 앗아갈 것 같은 느낌에 사청현은 다급하게 그릇을 잡으며 말했다.

  “아냐! 먹을게!”

사청현은 그릇을 잡아채며, 숟가락을 들었다. 그리고 한 숟가락 떠먹자, 부드러운 사골 육수의 맛과 쫄깃한 떡의 식감이 입안에 가득 퍼졌다. 그는 이 음식이 굉장히 신기하다고 여겼다. 신관의 몸은 딱히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되지만, 이 음식을 먹고 나니 명의가 음식 먹는 것을 즐기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그래서 명형, 명형은 이 음식 만들려고 지금까지 안 나온거야?”

  “…”

  “응? 명형명형~. 그런 거야?”

  오늘도 명의의 이마에는 획이 하나 더 그어진, 깊은 내 천자가 굳게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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